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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걱정. 어머니가 심어놓은 강낭콩.하늘로 띄우는 부고. 가재미...엄마께서 떠나셨다.
    카테고리 없음 2019. 10. 29. 19:04



     <고향의 텃밭에 자라고 있는 무우>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엄마 걱정/기형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지
    열흘도 되지 않았는데
    담장 위에 강낭콩
    단풍이 든다
     
    연분홍 색깔
    가을볕에 익어가니
    립스틱 바르며 단장하시던
    어머니 모습 닮았다
     
    언제 심어 놓으셨을까
    못다 준 자식사랑
    남기고 가신 걸까
    주렁주렁 많이도 매달렸다
     
    조석으로 따다가
    밥솥에 앉혀
    아이처럼 마알 간
    어머니의 마음을 먹는다   
     
     
    -어머니가 심어놓은 강낭콩 / 김귀녀- 
     
     
     

     <강낭콩꽃>



      
     

    < 고향의 텃밭에 자란 분홍옥수수 암꽃 수염이 아름답습니다.>
     
     
    잡은 손을 가만히 놓고
    여든 해 살아 내린 자리 거두십니다
    가도가도 춥기만 했던 당신의 마지막 호사스러움이
    한줄기 햇빛으로 따사로운 산 자들의 마을에서
    그만 자자 자자 이천서씨애하지묘로 분가해 가는 날
    창이 없는 방 하나 마련합니다
     
    애초에 곁을 주지 않는 게 죽음이라 한 몸 누일 단칸방
    입니다
    당신 가슴 철렁이며 숯검정이 되어갈 때
    나는 철없이 출렁이며 떠돌았으므로
    휘파람이나 붑니다
    마른 나뭇가지 뚝뚝 분지르는 휘파람이나 붑니다 
     
    당신의 그 나라로부터 돌아온 사람은
    하나 없으니
    이후로는 아무도 당신의 안부를 묻지 않겠으며
    누가 참나무 뜨끈한 불을 지펴 첫 밤에 드시는지 
     
    골짜기엔 저녁 이내 자욱하고
    행여 먼저 돌아와 계실까 왈칵 열어 본 빈방에서
    나는 오늘 참으로 만만한 이름 하나 잃었습니다, 어머니 
     
     
     
    -하늘로 띄우는 부고/이은심- 
     
     
     
     

    < 고향 텃밭의 햇감자>
     
     
     
     
     
    가재미 1.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 바라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의 누대의 가게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에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가재미 2
      
     
    꽃잎, 꽃상여
    그녀를 위해 마지막으로 한 벌의 옷을 장만했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옷, 꽃상여
    그녀의 몸은 얼었지만 꽃잎처럼 화려한 옷을 입고 있다
    두꺼운 땅거죽을 열고 독 같은 고요 속으로 천천히
    그녀가 걸어 들어가 유서처럼 눕는다.  
     
    울지 마라, 나의 아이야, 울지 마라
    꽃상여는 하늘로 불타오른다
    그녀의 몸에서 더 이상의 그림자가 나오지 않는다 
     
    붉은 흙 물고기
    상두꾼들이 그녀의 무덤을 등 둥근 물고기로 만들어 주었다
    세상의 모든 무덤은 붉은 흙 물고기이니
    물 없는 하늘을 헤엄쳐 그녀는 어디로든 갈 것이다 
     
    개를 데려오다
    석양 아래 묶인 한 마리 개가 늦가을 억새 같다
    털갈이를 하느라 작은 몸이 더 파리하다
    석양 아래 빛이 바뀌고 있다
    그녀가 정붙이고 살던 개를 데리고 골목을 지나 내 집으로 돌아오다 
     
     
    가재미 3. 
     
     
    - 아궁이의 재를 끌어내다
     
    그녀의 함석집 귀퉁배기에는 늙은 고욤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방고래에 불 들어가듯 고욤나무 한 그루에 눈보라가 며칠째 밀리며 밀리며 몰아치는 오후
    그녀는 없다, 나는 그녀의 빈집에 홀로 들어선다
    물은 얼어 끊어지고, 숯검댕이 아궁이는 퀭하다
    저 먼 나라에는 춥지 않은 그녀의 방이 있는지 모른다  
     
    이제는 그녀를 위해 나는 그녀의 집 아궁이 재를 끌어낸다
    이 세상 저물 때  그녀는 바람벽처럼 서럽도록 추웠으므로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식은 재를 끌어내 그녀가 불의 감각을 잊도록 하는 것
    저 먼 나라에는 눈보라조차 메밀꽃처럼 따뜻한 그녀의 방이 있는지 모른다 
     
    저 먼 나라에서 그녀는 오늘처럼 밖이 추운 날 방으로 들어서며
    맨 처음 손바닥으로 방바닥을 쓸어볼지 모르지만, 습관처럼 그럴 줄 모르지만
    이제 그녀를 위해 나는 그녀의 집 아궁이의 재를 모두 끌어낸다 
     
    그녀는 나로부터도 자유로이 빈집이 되었다 
     
     
     
              - 가재미/ 문태준 -  
      
     
     


     

    <고향 텃밭에 익어가는 찰옥수수>




     


    < 위 사진의 왼쪽 흰색 시멘트포장 도로 끝부분에 있는 500평 밭의 가장자리에 엄마를 모셨습니다.>




    보름 전,
    낳아주시고 정성 다해서  키워주신
    엄마께서 저를 두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저 먼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이맘 때, 가을비 내리고나면 파랗게 자란 열무를 뽑아
    열무겉절이도  맛나게 해주시고
    밭뚝으로 내려가며 자란 넝쿨강낭콩 꼬투리도 따서
    푸른 강낭콩을 얹어 밥을 지어 도시락을 싸주시던 엄마.
    여름방학 때에는 햇감자며, 옥수수 쪄내어서 먹으라고 주시면
    그렇게 맛나던 옛날, 다시는 다 없어진 일이 되었다. 
     
    조팝나무꽃이 하얗게 피던 날, 밭에는 목화도 심고
    황금빛으로 익어가던 논뚝에 서서 올해는 풍년이라고
    좋아하시며 웃던  엄마의 모습... 
     
    그 여든 일곱 해를 사셨던 엄마,
    봄산의 산벚꽃이며 소나무꽃이 피어 송화가루가
    날리던 봄이 와도 
    일하시다가 소나기 쏴아~ 뿌리고 지나던 푸른 들판 어디에도
    이제 엄마는 안 계신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
    몹시 그리워서 고향집에 가더라도
    이제 엄마는 안 계시게 되었다.
    봄햇살 받으며 자란 푸른 보리가 일렁이던 밭,
    그 넓은 뽕잎을 따시던 
    그 양지바른 뽕나무밭 가장자리에 모셨다. 
     
    이제는 어디에도 안 계시는,
    그래서 더욱 그리워서 
    눈물속 마음으로 불러보는
    엄마, 
    엄마.....
     
     

    <봄날..고향 밭뚝에 이런 조팝나무꽆이 피고, 엄마께선 목화를 씨를 뿌렸다.>



    <고향 동산에 아름다리 큰 산벚나무꽃이 피던 그 봄날에 이제 엄마는 하늘나라에 가 계시게 되었다>



     


     
    전수연 Jeon Su Yeon - 엄마 Mama
    https://www.youtube.com/watch?v=84tbn-15-oA

    어버이 은혜
    https://www.youtube.com/watch?v=7JF6BzB6Wj0  
     
    [ 헤일리 웨스튼라 ] Mother Of Mine | Original MV (2009)
    https://www.youtube.com/watch?v=jDp_wBW3mc4  
     
    이연실 - 가을밤 (찔레꽃) (엄마엄마)
    https://www.youtube.com/watch?v=2I-G5TKspLQ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슬기둥) / 린나이팝스 오케스트라 2017
    https://www.youtube.com/watch?v=CRvF6ZNsRlc&list=RDCRvF6ZNsRlc&start_radio=1 
     
    이 별 / 김 영 동
    https://www.youtube.com/watch?v=Xj8wO9K8v48&list=RDXj8wO9K8v48&start_radio=1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까지(슬기둥)-대금 조재수 
    https://www.youtube.com/watch?v=YUlHkTu2tJc&list=RDYUlHkTu2tJc&start_radio=1 
     
     모짜르트 레퀴엠(진혼곡)-W.A.Mozart Requiem K. 626 / 함신익과 Symphony S.O.N.G 
    https://www.youtube.com/watch?v=hwDCAvoPXOU&list=RDhwDCAvoPXOU&start_radio=1 
     
    Schindler's list - John Williams - NL orchestra
    https://www.youtube.com/watch?v=YqVRcFQag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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