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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포(歌浦)에서 보낸 며칠...어느 덧 가을, 부쩍이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가고, 더욱 푸른 가을바다..카테고리 없음 2017. 9. 5. 00:18
<해운대 푸른 가을바다 >
한동안
가포에 있는 낡은 집에 가 있었다
늙은 내외만이 한 쌍의 말간 사기 그릇처럼
바람에 씻기며 살아가고 있는
바닷가 외딴집
바다 소리와 함께 그럭저럭
할 일 없이
보고 싶은 이 없이 참을 만했던 며칠
저녁이면 바람이
창문에 걸린 유리구슬 주렴 사이로
빨강 노랑 초록의 노을 몇 줌을
슬며시 뿌려주고 가기도 했다
손톱만한 내 작은 방에는 구름처럼 가벼운
추억 몇 편이 일렁이며 떠 있기도 했다
그 집에 머물던 며칠 동안
내 가슴속 아슴하게 오색 물무늬가 지던
그러한 며칠 동안
나는 사랑이라든가
사랑이 주는 괴로움이라든가 하는
마음의 허둥댐에 대하여 평온했고
그러다가 심심해지면,
그런 허둥댐의 덧없음에 대하여
다 돌아간 저녁의 해변처럼 심심해지면,
평상에 모로 누워 아슴아슴 귀를 팠다
오랫동안 곰곰이 내 지나온 세월과
살아갈 세월을 생각했다
가끔, 아주 가끔
아픈 듯이 별들이 반짝였고 그때마다
감나무 잎사귀들은 바다와 함께 적막했다
- 가포(歌浦)에서 보낸 며칠/최갑수 -
***
뜨거운 여름
바다가득 메워져 부쩍이던 사람들은 떠나가고
이제 푸른 가을바다가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산책을 하며
어느 덧 다가 온 가을에
살아갈 세월을 찬찬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