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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의 발....아내가 그리던 삶의 꿈길 같은 여름꽃이 눈부시게 아름답도록 피었다.
    카테고리 없음 2017. 6. 16. 22:46


    <여름화단에 아름다움으로 불타는 불꽃 맨드라미>





    꿈에서만이라도 꽃길을 걷고 싶은 걸까?
    잠든 아내의 발이 꽃무늬 쪽으로 옮아간다.
    딴 데 눈 돌릴 틈 없는
    가난과 남모르는 속앓이가 키워냈을
    발가락의 굳은살들.
    지금껏 내가 준 것은 먹먹한 돌길뿐이었나. 
     
    꽃무늬 쪽 이불을 끌어다 깔아주고는
    슬며시 아내의 발을 만져가며
    수화처럼 건네는 나의 속말을
    그녀는 듣지 못하고
    꿈에서도 돌길을 밟는지 아픈 숨소리를 낸다. 
     
    잠든 아내의 발에 손을 대고 나는
    그녀가 저도 모르게 내 앞에 깔아 논
    모난 돌길 위에 모르는 척 맨발을 얹는다.
    서로 꽃길을 주마 하던 다짐 대신
    한 발짝 내딛기도 힘든 돌길을
    모르게 맺힌 물집이 굳은살이 되도록
    따로따로,
    아파하며 걸어온 게 우리 지난날이라니.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린 두 목숨이
    바닥에 함부로 나뒹굴려는
    낯선 갈림길,
    혼자서는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꽃길도 아닌 벼랑길을 따라
    아내의 발이 자꾸만
    눈길 밖으로 달아나려 한다.
      
     
    - 아내의 발/박완호 - 
     
    *** 
     
    팍팍한 삶이 아내의 어깨를 짓누르고
    암울한 나날로 마음은 늘 무거웠을 것이리라..
    선잠에 들었다가 아픈 잠꼬대를 내며 가위 눌린 소리에 깜짝 놀라
    흔들어 깨워서 정신이 들게하여 벗어나게 한 적도 있었다.
    그런 후에는 잠은 달아나고
    한없이 미안한 마음에 뒤척이며 날밤을 세웠다. 
     
    화단에 불타는 여름 태양아래
    여름꽃이 한창이다
    아내가 그리던 삶의 꽃길 같은...눈부시게 아름답도록 피었다. 



    <화단을 수놓은 메리골드(천수국,만수국,홍황초, 금송화)


    <수국> 











    <콜레우스꽃>








    <천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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