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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아픔을 가진 사람들은 안다...카테고리 없음 2013. 6. 5. 21:07
<단풍나무 꽃과 새잎사귀>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때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쳤을 때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하도 서러워
꼬박 며칠 밤을 가슴 쓸어내리며 울어야 했을 때
그래도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살고 싶었을 때
어디로든 떠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어
짚시처럼
허공에 발을 내딛은 지난 몇 달 동안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사람이 없었으며
사랑받고 싶어도 사랑해 줄 사람이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필요했으며
필요한 누군가가 나의 사랑이어야 했다.
그립다는 것이
그래서 아프다는 것이
내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다는 것을
혼자가 되고부터 알았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노라
그 모질게 내 뱉은 말조차 이제는 자신이 없다.
긴 아픔을 가진 사람은 안다.
그나마 사랑했기에
그렇게라도 살아갈 수 있었다는 것을
그것마저 없었을 땐
숨을 쉬는 고통조차 내 것이 아닌
빈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긴 아픔을 가진 사람들은 안다 / 배은미 *
<화단의 향기부추꽃>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원합니다
곁에서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 같은 사랑이 아니라
그져 바라보며 믿어 주는
그대로의 사랑을 원합니다
나무와 나무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그늘도 되어 주고
외로을 땐 친구도 되어 주는
믿음직한 사랑을 원합니다
사랑한다 하여
쉽게 다가가 괜한 상처를 주거나
반대로 싫어졌다 하여
마음 밖으로 쉽게 밀어내지도 않는
그냥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넓은 사랑을 원합니다
내가 힘들 땐
나 대신 하늘을 받쳐들고
또 그대가 외롭고 지칠 땐
땅벌레들을 불러 모아
노래를 들려 주는
순수한 사랑을 원합니다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이 내 곁에서
환하게 웃으며 내가 살아 있음을
일깨워 주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안혜원-<화단의 별목련/애기목련>
내 삶의 마름까지
영원할 것만 같았던
당신과의 사랑
활짝 피어 올랐던 꽃잎이
아주 작게 일렁이는 바람결에도
쉽게 툭, 떨어져 버리듯
내게서 떨어져 나가고
바람 불어
흩어진 꽃잎이 되어 버린
운명 같은 내 사랑은
세월의 흐름에다 몸을 맡겨
어디가 끝인 줄도 모른 채
가슴앓이 속에서
오랜 세월 시들어만 가는데
마른 꽃잎이 되어
잘게 부서져 버린
조각난 사랑은
지금은 땅속에 묻히어
사라질지라도 언젠간 다시
활짝 피어날 꽃망울로 찾아와
나를 위해 예쁘게 피어 나겠지-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사랑/장인하 -
<화단의 향기부추꽃>
꽃피는 기쁨의 봄은 내게는 젊은 날 희망을 저버리듯 가고, 어느 덧 초여름 햇살아래 세상은 조용히 푸르러 가고 있다.
꿈 많았던 젊은 시절에 어느 날 갑자기 닥친 너무도 가혹한 운명으로 내 꿈을 여지없이 꺾어 버렸고, 사랑도 한갖 사치스런 일일 뿐이 되었다.
그래도 동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나를 버리지 못해, 차라리 대담하게 나를 맴돌며 끝내 지켜 준 사랑이 있었다.
오랜기간 하루하루가 사랑은 물론이고, 삶과 죽음은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 위를 건너는 것 같았다.
그 5공시절 독재정권에 연일 데모를 하던 때 , 서울대 경영학과 학생회장을 하는 집안의 조카가 암울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었다.
그 조카는 무척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서 다녔고, 자기 하나가만 아니라 3남매 모두 대학을 다녔기에 요즘처럼 장학금 제도 흔치 않아서 더욱 그랬다.
그런 독재정권하에 학생회장을 하니 언제 잡혀갈 지 몰라서 숨어 지내듯하며, 버스 탈 차비도 없던 암울한 마음의 처지가 안스러워서 나도 돈이 없었지만 그래도 틈틈히 조금의 용돈을 주곤 했다.
그런 그 조카에게도 법조계 집안의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었다.
어느 날 내게 고마움의 뜻으로 그 여자친구에게 선물 받은 거라며, 아직 시중에 알려지기 전의 해바라기의 녹음 테이프 몇 개를 내게 주었다.
지금은 그 조카와 여자친구는 결혼하여 둘 다 신문사 국장으로 근무중이고, 여동생은 변호사를 하며 모두 무난히 잘 살고 있다.
해바라기의 '내마음의 보석상자' 란 이 노래는 그 당시 나와 조카에겐 마음속에 너무나 감동을 준 노래였었다.
<단풍꽃>
<동백섬에서 오륙도를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