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ee Of Life (생명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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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 고경숙......겨울인 지금도 동백섬에는 아름드리 포플러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겨울햇살을 받으면 연푸른 잎이 너무 아름답습니다.카테고리 없음 2020. 12. 17. 20:25
겨울 동백섬에 아름드리 십 여그루 포플러나무는 아직도 푸른 잎사귀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변한다는 말이 가장 완곡하게 누적된 세월의 단위, 이것은 담장 위에 올라앉은 봄 고양이 같은 말이다 강산이 변한 걸 아직 못 본 것은 태생의 땅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지만 십 년은 비바람에 휘청이던 나뭇가지가 가지를 쫘악 펼치고 뽀얀 과육을 도려내 줄 만큼 성장하는 시간, 선 밥 짓던 새댁이 가계부 집어던지고도 둘러치고 메치고 식구들 건사하는 씩씩한 시간 십 년은 평생 물 안 묻히게 해주겠다던 남자의 공약이 식탁 밑에서 세탁장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시간 죽자 살자 매달리던 첫사랑의 얼굴과 이름 석 자가 가물가물해지는 시간 십 년은 맨주먹으로 넘어졌던 누군가가 땅을 딛고 재기하기에 적당한 시간 그러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