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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통도사의 깊은 가을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멈추어 있는 가을을 한 잎 두 잎 뽑아내며저도 고요히 떨고 있는 바람의 손길을 보았어요 생명이 있는 것들은 꼭 한 번 이렇게 아름답게 불타는 날이 있다는 걸알려주며 천천히 고로쇠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만추의 불꽃..
<분홍향기동백이 피면 아름다움에 감탄하곤 합니다. 사랑도 동백꽃 같은 아름다움이겠지요?> 눈 나리어 나리어 세상의 길들이 다 사라진 거기 어느날 문득 그녀의 집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나를 그리고 그녀가 무슨 인기척에 새벽을 나와 볼 적에 그야말로 섬뜩 놀라 자지러질 발..
너는 내게 이따금 묻네 너와 나의 관계를 그것은 참 어려운 질문 그러면 나는 대답하네 나란히 걸어가면서 나는 너의 뒷모습 나는 네가 키운 밀 싹 너의 바닷가에 핀 해당화 어서 와서 앉으렴 너는 나의 기분 위에 앉은 유쾌한 새 나는 너의 씨앗 속에 나는 너의 화단 속에 나는 너를 보..
<현관를 나서면 하얗게 봄볕에 눈이 부시고 머리위 벚나무 가지는 봄바람에 흔들리며 환한 봄빛 머금은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2019. 3. 23> 꽃봉오리가 봄 문을 살짝 열고 수줍은 모습을 보이더니 봄비에 젖고 따사로운 햇살을 견디다 못해 춤사위를 추기 시작했다. 온몸으로 봄소식..
<현관입구 화단에 아름드리 벚나무가 꽃이 피었습니다. 현관을 나서면 머리 위로 벚꽃이 피어 있어요.>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놓아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