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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의 애기사과 열매가 붉게 익어서 가을이 깊히 저물어감을 느끼게 하는 오늘 오후>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잎과 잎들이 가슴을 열고 ..
<화분의 애기사과 열매가 빨갛게 물들어 간다.> 물 흐르는 소리를 따라 넓고 넓은 들을 돌아다니는 가을날에는 요란하게 반응하며 소리하지 않는 것이 없다 예컨대 조심스럽게 옮기는 걸음걸이에도 메뚜기들은 떼지어 날아오르고 벌레들이 울고 마른 풀들이 놀래어 소리한다 소리들..
<작년 음력설에 꽃 피었던 레몬 열매가 이제 완전히 익었어요> 사랑이 깊어갈수록 당신의 얼굴이 그리워져 떠올리려 하면 할수록 희미한 실루엣으로 그늘집니다 영혼을 다해 사랑한 사람이기에 영혼만을 기억하는 것일까요 사랑의 형상은 외형으론 보이지 않는 것 당신의 겉모습만..
오늘은 등뒤에서 오는 발소리만으로도 안다네 오는 너 때문에 내 쪽이 환해지네 그것은 멀리 맴돌며 간절했었다는 뜻 실로 우리는 얼마나 잦게 기다리고 외롭고 왜소한가 활엽수 곁에서 오늘은 가을의 가녀린 소리에 맞춰 우리네처럼 잎사귀 지는 것을 보네 -활엽수 곁에서/문태준- <..
<화분의 체리나무잎도 노랗게 물드는 걸 보니...가을인가 보다.> 사랑을 건넬 때 아픔을 각오하고 사랑을 받을 때 슬픔을 예감하네 흐리고 춥다 흐리고 춥다 걸어야지 걸어서 어서 쫓아 보내야지 오늘은 은색 손잡이에 손을 대기 조차 싫다 마녀 같은 오후의 그리움 긴그림자들이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