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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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박은영...어느 덧 매화향기 흐르는 봄이 왔습니다.카테고리 없음 2021. 2. 24. 16:20
사립문 밖 먼 길에 해가 저물자 월곶댁이 창호문을 엽니다 댓돌에 가지런히 벗어놓은 흙 묻은 신발이 아들 내외 그림자를 따라 신작로를 걸어갑니다 걸음걸음 길 잃은 새떼를 불러 모으는 저녁, 옹이진 어깨가 어둠속으로 기웁니다 목 꺾인 수숫대를 휘돌던 바람이 멀어지는 길을 지우는 사이, 백구가 신 한 짝을 물고 토방에 엎드립니다 녹슨 문고리를 쥔 할머니 기침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갓난쟁이 친손녀, 동녘은 별자리마다 꽃눈을 틔우고 월곶댁은 자장자장 쉰 목소리로 달래주지만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울어대는 젖먹이 조그만 입속에서 아직 피도 마르지 않은 연한 입속에서 매화 향 짙게 퍼지는 봄 토담 너머 하현달이 제 흰 젖을 짜냅니다 시디신 울음이 사립문을 열고 신작로를 넘어가면 청매실 익어가는 아침이 올까요 쇠부엉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