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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해수욕장에 지은 101층 레지던스 건물위로 가을구름이 떠다니고 있네요.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
<동백섬의 산책길 따라 그리움이 차오르는 마음으로 가을을 ...> 나는 나뭇잎 지는 가을밤을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에는 때로 슬픔이 묻어 있지만 슬픔은 나를 추억의 정거장으로 데리고 가는 힘이 있다 나는 가을밤 으스름의 목화밭을 사랑한다 목화밭에 가서, 참다참다 끝내..
<동백섬에서 오륙도..17. 7.22> 내 너 있는 쪽으로 흘려보내는 저녁 강물빛과 네가 나를 향해 던지는 물결소리 위에 우리 사랑은 두 척의 흔들리는 종이배 같아서 무사히 무사히 이 물길 건널지 알수 없지만 아직도 우리가 굽이 잦은 계곡물과 물살 급한 여울목을 더 건너야 하는 나이여..
<해마다 봄이면 모란이 아름답게 핀다. 모란이 뚝뚝 지고 난 뒤, 늦봄 오월이 시작된다. 17.4.15일 화단에서>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몽실몽실 피어나는 하얀 솜구름 위로 살포시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 당신입니다. 곁에 없어도 마음은 항상 곁에 있는 듯 가깝고 미덥게 느껴지는 당신..
< 며칠을 내리던 가을비 그치고 햇살이 좋은 화단에 아가위(산사)나무 열매가 붉게 아름답다.16.10. 2일> 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山門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꺾어 물 위로 무심히 흘려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고, 잎..
<동백섬에 하얗게 피어난 사위질빵꽃...16. 8. 5일> 한 사람을 잊는데 삼십 년이 걸린다 치면 한 사람이 사는데 육십 년이 걸린다 치면 이 생에선 해야 할 일이 별로 없음을 알게 되나니 당신이 살다 간 옷들과 신발들과 이불 따위를 다 태웠건만 당신의 머리칼이 싹을 튀우더니 한 며칠 ..
그리움을 놓치고 집으로 돌아오네 열려있는 창은 지나가는 늙은 바람에게 시간을 묻고 있는데 오, 그림자없는 가슴이여, 기억의 창고여 누구인가 지난 밤 꿈의 사슬을 풀어 저기 창밖에 걸고 있구나 꿈속에서 만난 이와 꿈속에서 만난 거리와 아무리 해도 보이지 않던 한 사람의 얼굴과 ..
오늘은 등뒤에서 오는 발소리만으로도 안다네 오는 너 때문에 내 쪽이 환해지네 그것은 멀리 맴돌며 간절했었다는 뜻 실로 우리는 얼마나 잦게 기다리고 외롭고 왜소한가 활엽수 곁에서 오늘은 가을의 가녀린 소리에 맞춰 우리네처럼 잎사귀 지는 것을 보네 -활엽수 곁에서/문태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