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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네 집....살구꽃 피는 봄이 되면, 소녀가 살구빛으로 환하게 떠오릅니다.

비밀의 꽃밭 2019. 3. 18. 16:41




<화단에 어느 덧 분홍빛 살구꽃이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2019. 3.17>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겨웠던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스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깜박깜박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리결과 어깨를 생각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이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 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오빠가
지붕에  올라 가
하루 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 초가집  


어쩌다가 열린 대문  사이로 그  여자네  집  마당이 보이고
그 여자가  마당을 왔다갔다 하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말인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와
옷자락이  대문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면
그 마당에  들어가서 나도 그 일에 참견하고 싶었던 집  
 
 
마당에 햇살이  노란 집
저녁 연기가 곧게 올라가는 집
뒤안에 감이 붉게 익는 집
참새떼가 지저귀는 집
보리타작, 콩타작 도리깨가 지붕  위로 보이는 집  

눈 오는 집
아침 눈이 하얗게 처마끝을 지나
마당에 내리고
그  여자가 웅숭그리고
아직 쓸지 않은  마당을 지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러 가다가
" 하따, 눈이  참말로  이쁘게  온다이  " 하며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보다가
싱그러운 이마와 검은 속눈썹에 걸린 눈을 떨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어두운 김치독 안으로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밤을 새워, 몇 밤을 새워  눈이 내리고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늦은  밤
그 여자의 방에서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면
발자욱을  숨기며 그 여자네 집  마당을 지나
그 여자의 방 앞  뜰방에 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신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가만가만 내리는 눈송이들도 들리지 않은 목소리로
가만  가만히 그 여자를 부르고 싶은 집



네 집  
 
 
어느 날인가
그  어느 날인가  못밥을 이고 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  어마나 "
깜짝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처다보며 반가움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환하게, 들판에  고봉으로 담아 놓은 쌀밥같이,
화아안하게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던 그
여자  함박꽃 같던 그
여자 
그  여자가 꽃 같은  열아홉까지 살던 집 


우리 동네  바로 윗동네  가운데  고샅 첫집
내가 밖에서 집으로 갈  때
차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집
그 집  앞을 다 지나도록  그 여자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그 여자네 집  


지금은  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집
내 마음속에 지어진 집
눈감으면 살구꽃이 바람에 하얗게 날리는 집
눈 내리고, 아,  눈이,  살구 실가지  사이로
목화송이  같은 눈이 사흘이나
내리던 집
그  여자네 집
언제나 그  어느 때나  내마음이 먼저

있던 집

여자네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 각. 을. 하. 면......  
 
 
 
 
- 그  여자네 집 / 김용택 -
 
 
 





 
 
봄은 어느 덧 성큼 다가와서
벌써 분홍빛 살구꽃도 피고
복사꽃 자두꽃도 아늑한 봄빛 마음속으로 와 피었습니다. 
 
화단에 몇 그루 자란 살구꽃을 담아보면서
어린 시절 자라던 고향생각에 잠겼습니다.
봄빛으로 물들어 가던 고향에는 살구꽃으로 온 동네가 환하게 밝혀지고
봄바람 따라 살구꽃잎이 바람결에 흘어지던 나무 아래로 걸어서 학교를 갔지요.
그 동심의 마음으로 이웃집 예쁜 소녀와 같이 재잘재잘 이야기 하며 걸어가다가
책가방도 들어주기도 하고...
학교 옆에 살던 눈이 크고 분홍 살구꽃 얼굴의 그 소녀는 공부를 참 잘하였는데,
그 집 마당가에도 살구꽃도 피고 지붕위에는 꽃잎이 눈처럼 하얗게 덮혔지요.
그 소녀네 집은 읍내에서 유일한 여관을 하였는데,
큰 집에 살던 엄마도 예쁘시고, 또 오빠도 참 잘 생겼지요.
그 소녀와 초등 6학년 때, 같은 반이 되어서 같이 앉아서 공부하게 되었는데,
그 때는 중학교에도 시험를 치고 합격해야 하고 떨어지면 재수도 하던 때라서 학교에서도 입시공부를 심하게시켰지요.
그 때는 월말 시험 성적순으로 책상에 앉게 되다 보니 성적 순서가 그 소녀와 딱 맞아서 가슴 설레이게 하던 그 소녀와 같이 앉는 큰 행운이왔지요.
그 소녀와 내내 같이 앉아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던, 그래서 그것은 바로  첫사랑 같은 마음이랄까...
그래서 1등도 해 본 기억이 나네요.
아. 지금 그 예쁘고 공부 잘 던 그 소녀는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구꽃 피는 봄이 되면,
늘 가슴을 다시 설레이게 하던 그 소녀가 살구빛으로 환하게 떠오릅니다. 
 
 
 







 
 
강 건너 봄이 오듯 Korean Lied Soparno # 강혜정 Kang Hye Jung
https://www.youtube.com/watch?v=Ow166uuR3H4  
 
봄처녀-이은상 시,홍난파 곡-소프라노 김인혜
https://www.youtube.com/watch?v=Q4pqJlBDbYs  
 
고향의 노래 (이수인) Nostalgia for a Home 소프라노 홍혜란 & KBS Symphony Orchestra
https://www.youtube.com/watch?v=3hN8Jx0gCng  
 
꽃구름 속에(박두진 작사 이흥렬 작곡)소프라노 강혜정
https://www.youtube.com/watch?v=Wc-Cl3YVAnk 
 
고향생각 (현제명 시 / 현제명 곡)Sop.이예니
https://www.youtube.com/watch?v=pUyyOjFlWKY&start_radio=1&list=RDpUyyOjFlWKY  
 
 
봄이 오면 - 소프라노 김경란, 테너 김정규 (한국 가곡)
https://www.youtube.com/watch?v=1VV3UDA4O8I  
 
옛동산에 올라 Violin
https://www.youtube.com/watch?v=JFcOj5Lqxso 
 
옛 동산에 올라 - 최현수 노래, 이은상 작시, 홍난파 작곡 onto The Old Hill 
https://www.youtube.com/watch?v=siKFnQV1ydI&list=RDsiKFnQV1ydI&start_radio=1  
 
봄이 오면/김동환 시/이흥렬 작곡/소프라노 남덕우 & photo by 김순용
https://www.youtube.com/watch?v=N-uJ9tXXC5g  
 
김희진 산넘어 남촌에는 가요무대 (2014.4.7)
https://www.youtube.com/watch?v=VVRZtZmR5CY&list=RDVVRZtZmR5CY&start_radio=1 
 
 
[EBS 스페이스 공감 1297회] 김윤아 - 봄이 오면
https://www.youtube.com/watch?v=XscG0pEqZbg&list=RDXscG0pEqZbg&start_radio=1  
 
김윤아(Kim Yoon-a) - 야상곡, Nocturne (Original)
https://www.youtube.com/watch?v=Ix0HTm5AowU&list=RDIx0HTm5AowU&start_radio=1 
 
   
고향의 봄 - 하모니카 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78ZadO8q0ZA  
  



Four Seasons Vivaldi 비발디 사계 봄, 여름, 가을, 겨울 mp4 
https://www.youtube.com/watch?v=vjaQAUrfoZ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