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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면......살구꽃은 피지만, 잠시 후면 더 많은 것을 사랑하던 우리는 여기에 없으리라

비밀의 꽃밭 2015. 3. 28. 00:38

 

 

<화단의 살구꽃이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어요. 15. 3.22일>

 

 

 

당신은 소면을 삶고 

나는 상을 차려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한 살구나무 아래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이사 오기 전부터 이 집에 있어 온

오래된 나무 아래서

국수를 다 먹고 내 그릇과 자신의 그릇을

포개 놓은 뒤 당신은

나무의 주름진 팔꿈치에 머리를 기대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깐일 것이다

잠시 후면, 우리가 이곳에 없는 날이 오리라

열흘 전 내린 삼월의 눈처럼

봄날의 번개처럼

물 위에 이는 꽃과 바람처럼

이곳의 모든 것이 그대로이지만

우리는 부재하리라

그 많은 생 중 하나에서 소면을 좋아하고

더 많은 것을 사랑하던

우리는 여기에 없으리라

 

몇 번의 소란스러움이 지나면

나 혼자 혹은 당신 혼자

이 나무 아래 빈 의자 앞에 늦도록

앉아 있으리라

이것이 그것인가 이것이 전부인가

이제 막 꽃을 피운

늙은 살구나무 아래서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가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

두 육체에 나뉘어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영원한 휴식인가  아니면

잠깐의 순간이 지난 후의 재회인가

이 여원 속에서 죽음은 누락된 작은 기억일 뿐

나는 슬퍼하는 것이 아니다.

경이로워하는 것이다

저녁의 환한 살구나무 아래서

 

 

- 소면/류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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