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깊어 가는 것들....
가을이 와서 어느덧 깊어 가고 있습니다
깊어 가다니요.
어디로 깊어 간단 말일까요.
가을 나무들은 길었던 푸른 세월을 마침내 붉은빛으로 익혀서는 내면으로 들입니다.
그리고는 긴 동안거冬安居에 임합니다.
마침내는 중심을 열어 청정한 나이테 하나를 얻습니다.
나무들은 그렇게 깊어지는데 우리들 인연의 여러 얽힘들은
무엇으로 어떻게 깊어지는 걸까요.
벌레들은 밤새워 고요 속에다가 갖가지 수를 놓는 듯 싶습니다.
처음엔 몇 필匹 될 듯싶더니 지금은 그저 손수건 한 장쯤에 짜는
모양입니다. 그만큼 밤도 깊습니다.
밤이 깊으면 병인 듯 이런저런 먼 곳의 일들이 궁금해지곤 합니다.
먼 곳의 빛과 소리들이 그립습니다.
그러나 밤이므로 길을 나설 수는 없습니다.
그저 창 앞을 서성이며 그렇게 그리워 할 뿐입니다.
어쩌면 그곳은 내 발길이 닿을 수 없을 만큼 먼 곳인지도 모릅니다.
그 사이에 놓여 있는 그리움만이 갈 수 있는 그런 곳 말입니다.
당신을 만나고 온 지 벌써 오래입니다.
당신 곁을 흐르던 강물은 여전하겠지요.
강물 속의 까만 돌들도 나란히들 누워 가을빛을 받아 어른거리고 있겠군요.
지난 여름 장마의 무섭던 물너울들을 넘기고는 한껏
깨끗한 정신으로 그렇게들 누워 있을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흙과 나무와 돌들로 지어진 당신의 집은 어떻습니까.
세월의 한쪽 기슭에서, 호젓하게 세상살이의 여러 비밀들에
대해 근심하며 어떤 따뜻한 상징처럼 낮게 앉아 있을 당신의 집.
내가 종내는 당신과 함께 살다가 죽고 싶은 그집.
당신은 그렇게 거기 있고 나는 이 번잡한 구획의 한 모퉁이에서
쉬 떠날 수 없어 돌을 들여다보듯 내 그리움의 속살들이나 들여다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다가 불현듯 무엇인가를 삭히듯 돌 하나를 꺼내
나 자신도 잘 알지 못할 무늬 같은 것들을 새겨넣어 보기도 합니다.
새벽녘 하늘엔 말굽만한 하현달이 걸려 있습니다.
당신도 혹 보고 있을지 모르겠군요.
당신의 시선 위에 내 것이 겹쳐진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울렁입니다.
그 울렁임의 무늬로 혹 이 가을이 깊어지는 것인지......
당신은 너무 멀리 있으므로 나는 그저 저 달에게
그리움의 수레를 매 놓고서는 마음만 뒤척일 뿐입니다.
꽤나 오랜 서성임입니다. 가을이 깊습니다.
가만히, 내 마음으로부터 당신의 마음속으로 깊어 가는 것이 또한 있습니다.
달은 내 그러한 관념의 마을을 넘어서 마침내 당신에게 가 닿을 것입니다.
-가만히 깊어 가는 것들/장석남-
<산딸나무잎이 가을빛으로 아름답다>
<화분의 모과향기가 깊어가는 가을을 알려주는 듯하다>
여기는 이제 가을이 깊어간다
단풍나무잎은 아직 푸르지만, 서늘한 기운에 곧 붉게 물들어 갈 것이다.
향기로운 모과화분을 들여놓고선 "가만히 깊어가는 것들"이란 시를 읽으며 상념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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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정원을 지나(The Salley Gardens)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
버드나무 정원 옆 언덕에서 Down by the Salley Gardens
사랑하는 이와 나는 만났습니다 My love and I did meet
그녀는 아주 조그맣고 눈처럼 하얀 발로 She passed the Salley Gardens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갔습니다. With little snow-white feet
그녀는 나에게 말을 했지요. She bid me take love easy
"사랑한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이 자라나는 것처럼 쉬운 일이예요"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하지만 나는 어렸고 어리석었기 때문에 But I being young and foolish
그녀의 말을 알지 못했습니다. With her did not agree
강가의 들판에서 In a field by the river
사랑하는 이와 나는 서 있었습니다. My love and I did stand
그리고 그녀는 나의 쳐지고 구부러진 어깨위에 And on my leaning shoulder
눈처럼 하얀 손을 얹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She laid her snow-white hand
"쉽게 생각을 하세요 살아가는 것은 She bid me take life easy
강둑에서 풀이 자라나는 것처럼 쉬운 일이예요" As the grass grows on the weirs
그러나 나는 어렸고 어리석었습니다. But I was young and foolish
그리고 이젠 눈물로 가득찼답니다 And now am full of tears
버드나무 정원 옆 언덕에서 Down by the Salley Gardens
사랑하는 이와 나는 만났습니다. My love and I did meet
그녀는 아주 조그맣고 눈처럼 하얀 발로 She passed the Salley Gardens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갔습니다. With little snow-white feet
그녀는 나에게 말했습니다 She bid me take love easy
"사랑한다는 것은 나무에서 잎이 자라나는 것처럼 쉬운 일이예요"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하지만 나는 어렸고 어리석었기 때문에 But I being young and foolish
그녀의 말을 알지 못했습니다. With her did not agree
그러나 나는 어렸고 어리석습니다. But I was young and foolish
그리고 이젠 눈물로 가득찼답니다 And now am full of tears
The Salley Gardens(버드나무 정원을 지나)는 원제는 An Old Song Resung(다시 불러본 옛 노래)로영국의 20세기 대표시인인 Yeats(예이츠)가 슬라이고의 밸리소데어라는 마을에서 농사 짓는 어느 할머니가 가끔 혼자서 기억을 더듬어 불렀던 3행짜리 불완전한 옛 노래를 다시 다듬어 완성시킨 아일랜드의 민요라고 합니다.
함께 버드나무 정원을 거닐던 소녀를 추억하면서 그녀는 사랑과 인생을 느긋하게 받아들이라 했는데 자신은 젊고 어리석어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며 눈물짓는 노래라고 합니다.
<느티나무잎도 완전히 가을빛이다>
<산딸나무잎>
<오후의 가을햇살이 은빛 바다위에서 반짝인다>
<체리 세이지 허브는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계속 아름답게 피고 진다>
<I dreamt I dwelt in marble hall/juliana >
I dreamt I dwelt in marble halls,
With vassals and serfs at my side.
And of all who assembled within those walls
That I was the hope and the pride.
나는 대리석 궁전에 사는 꿈을 꾸었어요.
하인들이 내 옆에서 시중을 들었죠.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고
나는 (그들의) 희망이자 자존심이 되었어요.
I had riches too great to count of a high ancestral name.
But I also dreamt, which pleased me most,
That you loved me still the same.
꿈속에서 나는 엄청난 부자였고 너무나 지체높은 조상들이 많아서
미처 다 셀 수조차 없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꿈 속에서 내가 무엇보다 행복했었던 것은
당신이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I dreamt that suitors sought my hand,
That knights upon bended knee,
And with vows no maiden heart could withstand,
They pledged their faith to me.
나의 추종자들이 내 손을 잡으려고 애쓰는 꿈을 꿨어요.
기사들이 무릎을 굽혀 구애하고
어떤 여자도 안넘어갈 수 없는 사랑의 맹세를 했죠.
꿈속에서 그들은 내게 충성을 맹세했어요.
And I dreamt that one of that noble host
Came forth my hand to claim.
But I also dreamt, which charmed me most,
That you loved me still the same.
그리고 멋진 귀족 중의 하나가 내 손에 사랑을 맹세하기도 했죠.
하지만 꿈 속에서 무엇보다 나를 매혹시킨 것은
당신이 여전히 똑같이 나를 사랑했다는 거예요
<80층 아파트 (303미터 높이) 맨 윗층 대리석 홀로 꾸민 98평 팬트하우스는 43억 5천만원에 8채 분양했었다>
숙근 애스터 국화(우선국)도 도시빌딩숲에서 야생화의 청초함으로 피어 있다>
<도시고층 건물 사이에 자란 야생화 목도라지(배풍등) 열매가 붉게 익어 빛나고 있다>
<배풍등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