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다 ...비,그리고 너의 기억
<화분의 비에 젖은 모과 열매>
하루종일 가슴 설레이었던 오늘
내슬픈 사랑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우리들 슬픈사랑에 종착역은 어디있는 것인지
나는 역 대합실 출구앞에서 소리죽여 그대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러면 그대도 덩달아 내 이름을 부르며
나타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던 그대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고이 간직되고 싶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약속이 없었습니다
서로의 눈빛만 응시하다
돌아서고나면 잊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하루만 지나도 어김없이
기다려지는 그대와의 해후
어서 오세요, 그대
비 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가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내사랑은 소나기였으나
당신의 사랑은 가랑비였습니다
그땐 몰랐었죠 한때 소나기는 피하면 되나
가랑비는 결코 피해갈 수 없음을
비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 버려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다 / 이정하 -
<올봄에 피었던 모과나무꽃>
네가 살고 있는 그곳에서도
지금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은 내리고
가끔은 허리케인으로 출근도 못하고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여름은 너무 더워서 싫고 오히려 추운 겨울이 좋다던 생각이 나.
난, 정열을 상징하는 여름이 좋고 겨울은 죽은 듯하고 너무 추워서 싫다고 말했었지...
여기도 오늘은 태풍이 온다고 강풍이 비를 몰고와 흩뿌리고 있어.
비에 젖은 모과나무 분재를 들여다 보며 너를 생각해
아무쪼록 건강하게 여름을 잘 보내기 바란다.
<비에 젖은 모과>
유리창엔 비 /햇빛촌 노래
낮부터 내린비는 이저녁 유리창에
이슬만 뿌려 놓고서
밤이되면 더욱 커지는 시계 소리처럼
내 마음을 흔들고 있네
이밤 빗줄기는 언제나
숨겨놓은 내 맘에 비를 내리네
떠오른 아주 많은 시간들 속을
헤매이던 내 맘은 비에 젖는데
이젠 젖은 우산을 펼 수는 없는 걸
낮부터 내린비는 이저녁 유리창에
슬픔만 뿌리고 있네
이밤 마음속엔 언제나
남아있던 비워둔 빗줄기처럼
떠오른 기억 스민 순간사이로
내 마음은 어두운 비를 뿌려요
이젠 젖은 우산을 펼 수는 없는 걸
낮부터 내린 비는 이저녁 유리창에
슬픔만 뿌려 놓고서
밤이되면 유리창에
내 슬픈 기억들을
이슬로 흩어 놓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