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 기다림...먼곳에서 당신의 생일을 축하드리며...
<소엽풍란과 소심란이 피었다>
강가에 앉아 그리움이 저물도록 그대를 기다렸네
그리움이 마침내 강물과 몸을 바꿀 때까지도
난 움직일 수 없었네
바람 한 톨, 잎새 하나에도 주술이 깃들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은 모두 그대의 얼굴을 하고 있었네
매 순간 반딧불 같은 죽음이 오고
멎을 듯한 마음이 지나갔네, 기다림
그 별빛처럼 버려지는 고통에 눈멀어
나 그대를 기다렸네.
- 너무 오랜 기다림 / 유하 -
<소심란이 피어 향기롭다>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당신의 눈에서 눈으로 산그림자처럼 옮겨가는 슬픔들
오지항아리처럼 우는 새는 더 큰 항아리인 강이 가둡니다
당신과 나 사이
이곳의 어둠과 저 건너 마을의 어둠 사이에
큰 둥근 바퀴 같은 강이 흐릅니다
강 건너 마을에서 소가 웁니다
찬 강에 는개가 축축하게 젖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낮 동안 새끼를 이별했거나 잃어버린 사랑이 있었거나
목이 쉬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우는 소의 희고 둥근 눈망울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 저물어가는 강마을에서 /문태준-
*는개 :[명사] 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
<함양군 육십령 고개길 밭의 참깨꽃>
그때는 가지꽃 꽃그늘이 하나 엷게 생겨난 줄로만 알았지요
그때 나는 보라색 가지꽃을 보고 있었지요
당신은 내게 무슨 말을 했으나
새의 울음이 나뭇가지 위에서 사금파리 조각처럼 반짝이는 것만을 보았지요
당신은 내 등뒤를 지나서 갔으나
당신의 발자국이 바닥을 지그시 누르는 것만을 보았지요
그때 나는 참깨꽃 져내린 하얀 자리를 굽어보고 있었지요
이제 겨우 이별을 알아서
그때 내 앉았던 그곳이 당신과의 갈림길이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 나는 이제 이별을 알아서 / 문태준 -
<함양군 서하면 체육공원의 왕원추리꽃과 호랑나비>
내일은 내게 그리움을 하나 남겨주고
지구 반대편 만큼 멀리 떠난 그의 생일...
" '''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건강과 행복을 빌어요! "
이렇게 마음속으로나마 생일을 축하드리며,
오늘밤엔 흑백사진 속에서 벚꽃나무 아래 서서 웃고 있는 당신 모습을 보며
한없는 그리움에 휩싸였답니다.
뮤지컬을 유난히 좋아하니까 오늘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러 갈 것 같기도 하고
어디 아픈 곳은 없을까 염려하는 생각도 했답니다.
당신이 떠난 후, 세상은 멈춘 것 같았고 마음은 날아갈 수 없는 박제된 새처럼 되었지만...
그래도 그리움 하나는 남겨주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랍니다.
그리움 하나이면 충분한 마음이야, 난....
아무쪼록 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래...
<해운대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