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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백합과 흰철쭉, 그리고 화단의 때죽나무꽃

비밀의 꽃밭 2013. 6. 16. 15:23

 

 

 

 화단의 백합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엄마 걱정/기형도-

 

 흰철쭉

 

 

 

Mother of mine/ 노래 신영옥

 

 

Mother of mine!

내 어머니

You gave to me all of my life to do as I please.

내가 해달라고할때 당신은 나에게 내삶의 모든 해야할것들을 주셨습니다.

I owe everything I have to you.

난 당신에게 내가진 모든것을 빚졌습니다.

Mother, sweet mother of mine!

어머니, 다정한 내 어머니

Mother of mine!

내 어머니

You showed me the right way things should be done.

당신은 반드시해야될 것들의 바른길을 나에게 보여주셨습니다.

Without your love, where would I be?

당신의 사랑이 없었다면, 난 어디에 있을까요?(어떻게됐을까요?)

Mother, sweet mother of mine.

어머니, 다정한 내 어머니

Mother, you gave me happiness

어머니, 당신은 나에게 행복을 주셨어요.

much more than words can say.

말할수 없을만큼 많이요.

I pray the Lord

난 주께 기도해요.

that He may bless you every night and every day.

주님께서 당신께 매일 밤낮으로 축복해 주시기를

Mother of mine!

내 어머니

Now I am grown. And I can walk straight all on my own.

난 지금 자랐어요. 그리고 내힘으로 똑바로 걸을수도 있구요.

I'd like to give you what you gave to me.

난 당신께 당신이 내게준 것들을 당신께 주고싶어요

Mother, sweet mother of mine.

어머니, 다정한 내 어머니



  봄날의 현관입구의 벚꽃나무에 앉아 있는 직박구리 새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새 / 천상병-

 

 

 

  화단의 단풍나무에 앉은 직박구리 새

 

 

 화분에서 지금 익어가는 살구

 

 

한 그루 나무를 그린다,외롭겠지만
마침내 혼자 살기로 결심한 나무.
지난 여름은 시끄러웠다.이제는
몇 개의 빈 새집을 장식처럼 매달고
이해 없는 빗소리에 귀기울이는 나무.
어둠 속에서는 아직도 뜬소문처럼
사방의 새들이 날아가고,유혹이여.
눈물 그치지 않는 한 세상의 유혹이여.


요즈음에는 내 나이 또래의 나무에게
관심이 많이 간다.
큰 가지가 잘려도
오랫동안 느끼지 못하고
잠시 눈을 주는 산간의 바람도
지나간 후에야 가슴이 서늘해온다.
인연의 나뭇잎 모두 날리고 난 후
반 백색 그 높은 가지 끝으로
소리치며 소리치며 가리키는 것은 무엇인가.

 

-꿈꾸는 당신 /마 종 기-

 

 

 

 

 

 

 

 화분에서 익어가는 자두

 

 

  <화단의 때죽나무꽃>

 

 

 

어쩌다가
땅 위에 태어나서
기껏해야 한 칠십 년
결국은 울다가 웃다가 가네
이 기간 동안에
내가 만난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점지해 준
빛나고 선택받은 인연을

물방울 어리는 거미줄로 이승에 그어 놓고
그것을 지울 수 없는 낙인으로 보태며
나는 꺼져갈까 하네

 

 

 

-사랑하는 사람/박재삼 -

 

 

  <화단의 때죽나무꽃>

 

어머니, 때죽나무꽃이 피었습니다.
눈부시게 하얀 꽃들이
오순도순 착하고 순한 마음으로 매달려
우리의 마음을 늘 편하게 해줍니다.
그래요, 어머니는 때죽나무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 계곡의 얼음이 녹고
푸른 버들치 떼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닙니다.
버들치들의 자유로움은 스스로의 맑고 투명한 속에서 왔겠지요.
저는 늘 버들치들의 무리에 끼어
계곡이 시작하는 곳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요, 어머니는 버들치의 어머니입니다.

그래요, 어머니.
어머니는 먼 바다를 건너는 도요새들의 어머니요
숲을 뛰노는 고라니의 어머니입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입니다.

세상의 작고 가여운 것들의 어머니
서로 욕하고 싸우며 스스로 절망하는 것들의 어머니
어머니, 따뜻한 저녁밥을 지어놓고 애타게 우리를 찾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노을 속으로 흩어집니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그 따뜻한 목소리,
생명의 목소리에 화답할 수 없습니다.
아직은 어머니의 품으로 달려갈 수 없습니다.

그것은 아직도 나는 강남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싶고
내 자식만큼은 서울대에 들어가야 하고
우리 교회가 다른 교회보다 더 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불의와 폭력에는 분노하면서도
나의 불의, 나의 폭력에는 한없이 너그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머지않아 하늘의 해와 흐르는 물에게도
고마움의 절을 할 수 있을 때
물고기와 새들에게도,
어린 아들과 딸에게도 고마움의 절을 할 수 있을 때
그렇게 내 마음이 충분히 가난해졌을 때
그 때 어머니의 부름에 대답하겠습니다.

마음을 낮추고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나누는
그런 스스로를 만날 수 있을 때
제가 먼저 따뜻한 밥을 지어놓고 어머니를 부르겠습니다.
저녁노을 붉은 그리움으로 어머니를 부르겠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때죽나무꽃이 피었습니다 / 박두규 -

 

 

 

                    소백산 비로봉의 산철쭉꽃 (2013. 6. 6일 저의 이웃님의 사진 켑쳐)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 바라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의 누대의 가게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에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가재미 2


꽃잎, 꽃상여

그녀를 위해 마지막으로 한 벌의 옷을 장만했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옷, 꽃상여

그녀의 몸은 얼었지만 꽃잎처럼 화려한 옷을 입고 있다


두꺼운 땅거죽을 열고 독 같은 고요 속으로 천천히

그녀가 걸어 들어가 유서처럼 눕는다.

울지 마라, 나의 아이야, 울지 마라

꽃상여는 하늘로 불타오른다

그녀의 몸에서 더 이상의 그림자가 나오지 않는다


붉은 흙 물고기

상두꾼들이 그녀의 무덤을 등 둥근 물고기로 만들어 주었다

세상의 모든 무덤은 붉은 흙 물고기이니

물 없는 하늘을 헤엄쳐 그녀는 어디로든 갈 것이다


개를 데려오다

석양 아래 묶인 한 마리 개가 늦가을 억새 같다

털갈이를 하느라 작은 몸이 더 파리하다

석양 아래 빛이 바뀌고 있다

그녀가 정붙이고 살던 개를 데리고 골목을 지나 내 집으로 돌아오다


 

 

가재미 3.

- 아궁이의 재를 끌어내다


그녀의 함석집 귀퉁배기에는 늙은 고욤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방고래에 불 들어가듯 고욤나무 한 그루에 눈보라가 며칠째 밀리며 밀리며 몰아치는 오후


그녀는 없다, 나는 그녀의 빈집에 홀로 들어선다


물은 얼어 끊어지고, 숯검댕이 아궁이는 퀭하다


저 먼 나라에는 춥지 않은 그녀의 방이 있는지 모른다


이제는 그녀를 위해 나는 그녀의 집 아궁이 재를 끌어낸다


이 세상 저물 때 그녀는 바람벽처럼 서럽도록 추웠으므로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식은 재를 끌어내 그녀가 불의 감각을 잊도록 하는 것


저 먼 나라에는 눈보라조차 메밀꽃처럼 따뜻한 그녀의 방이 있는지 모른다


저 먼 나라에서 그녀는 오늘처럼 밖이 추운 날 방으로 들어서며

맨 처음 손바닥으로 방바닥을 쓸어볼지 모르지만, 습관처럼 그럴 줄 모르지만


이제 그녀를 위해 나는 그녀의 집 아궁이의 재를 모두 끌어낸다


그녀는 나로부터도 자유로이 빈집이 되었다

 

 

 

 

-가재미/문태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