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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부산세계불꽃축제

비밀의 꽃밭 2012. 10. 31. 20:55

 

 

 

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山門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꺾어

물 위로 무심히 흘려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고,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저 햇살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

산기슭에 걸터앉아 피웠을 담배연기

저 떠도는 구름이 되었으리라고,

새삼 골짜기에 싸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벗하여 살 이름

머루나 다래, 물든 잎사귀와 물,

山門을 열고 제 몸을 여는 바위,

도토리, 청설모, 쑥부쟁이 뿐이어서

당신 이름뿐이어서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붉어져

물 위로 흘러내리면

나 여기 다녀간 줄 당신은 아실까

잎과 잎처럼 흐르다 만나질 수 있을까

이승이 아니라도 그럴 수는 있을까



-시월/ 나희덕-

 

<부산 세계불꽃축제 8회>...집앞 마린시티 방파제에서 광안대교 바라보며...

 

 

 

 

 

 

 

시월의 마지막인 지난 일요일 밤하늘...

산이 아니라 바다에 와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배경음악에 맞추어 밤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꽃를 바라보며...

 

불꽃처럼 아름답게...

그러나 불꽃처럼  사라지는  그리움이 아니길...